며칠 후면 정월대보름이네요. 벌써부터 서서히 음식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 역시 시골에서 보내주신 말린 나물이 있어 꺼내 보았습니다.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정월대보름 음식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와 정월대보름 때 제가 먹어보고 겪어본 경험 후기에 대해 기록해 보겠습니다.
◈ 정월대보름
2023년 정월대보름 날짜는 2월 5일(음력 1월 15일)입니다. '정월'이란 말은 1월을 뜻합니다. 새해 첫 달에 보름달이 뜬다고 하여 정월대보름이라고 합니다.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 큰 명절이었습니다. 설날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오는 날이므로 서서히 잊히고 있는 명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월에 일 년을 설계할 수 있는 달이기에 정월대보름은 설날만큼 중요한 명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에 오곡밥과 나물, 부럼을 깨 먹고 쥐불놀이와 차전놀이 등을 하며 한 해 농사를 기원했습니다.
◈ 정월대보름 음식
1. 오곡밥 만들기
정월대보름날에 빼먹지 않고 해 먹는 것이 바로 오곡밥입니다.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류가 들어간 밥입니다. 다섯 가지 곡류는 주로 찹쌀, 팥, 차조, 수수, 콩을 넣어 만듭니다.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으면서 한 해 농사가 잘 되길 바라는 의미와 오행의 기운으로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정월대보름 때 먹지 않았던 음식은 김치와 육류입니다. 김치와 육류를 먹으면 일 년 내내 병이 생기거나 좋지 않은 일을 겪을 수 있다고 하여 이날에는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2. 부럼 깨기
부럼은 단단한 견과류를 뜻하는데요. 정월대보름에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영양이 풍부한 견과류를 나이 순으로 깨물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새해부터 부럼을 잘 깨면 일 년 동안 몸에 종기나 부스럼이 안 생기고, 치아가 튼튼해진다고 하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먹을 때 '부스럼이요'라고 외치기도 하였는데요. 이유는 귀신을 쫓기 위해서입니다. 견과류 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 귀신이 그 소리를 싫어하여 멀리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3. 나물 반찬
정월대보름이 가까워지면 시장에 온갖 나물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정월대보름날에 오곡밥처럼 반드시 함께 먹는 것이 나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푸릇푸릇한 나물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농사지어 햇빛에 말려둔 말린 나물을 이용하여 나물반찬을 만들었기에 대보름 때는 주로 이런 건나물반찬을 해서 먹습니다.
건나물은 물에 불려서 한번 데친 후 기름에 맛있게 볶아내면 고소한 나물반찬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나물로는 시래기, 고사리, 가지, 버섯, 호박등을 주로 먹습니다. 정월대보름 때 다양한 나물을 먹어야 그해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합니다.
4. 약밥 만들기
약밥은 찹쌀로 만든 밥으로 약식이라고도 부릅니다. 주로 찹쌀로 밥을 지을 때 밤, 대추, 은행 등을 함께 넣고 짓습니다. 여기에 간장, 흑설탕, 꿀, 참기름 등의 양념을 섞으면 맛있는 약밥이 만들어집니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낸 데서 유래되어 정월대보름 때 약밥을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 정월대보름 때 해 본 경험후기
1. 쥐불놀이
어릴 때 정월대보름 날이면 마을에서는 쥐불놀이를 하였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논이나 밭의 언덕에 말라있는 풀에 불을 붙여 꺼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온 동네 곳곳이 크고 작은 연기가 솟아오릅니다. 이렇게 하면 숨어있는 쥐들도 잡고 앞으로의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2. 오곡밥 김 싸서 먹기
불그스름한 오곡밥은 액운을 쫓아준다고 하여 가족 중 빠짐없이 먹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곡식이 없으면 무조건 찹쌀에 붉은 밭만 넣어서 밥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정월대보름 때마다 김에 오곡밥을 싸서 먹었습니다. 일찍 잠을 자면 눈썹이나 머리카락이 하얗게 된다고 하여 눈을 비벼가며 12시까지 기다렸다 잤습니다.
3. 귀신 밥 차리기
정월대보름 때는 귀신밥도 차렸습니다. 집 밖에 현관 한쪽에 지푸라기를 가지런히 놓고 그 위에 오곡밥과 나물반찬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한 것은 귀신이 현관에 차려놓은 밥을 배불리 먹고 더 이상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떠난다 하여 해마다 했던 의식입니다.
4. 보름달 아래 행사
정월대보름 저녁에는 달이 정말 크고 밝아서 한밤중에 아이들은 나가서 불놀이를 합니다. 이 불놀이는 깡통에 구멍을 송송 뚫어서 그 속에 나뭇조각을 넣어 불을 붙입니다. 그리고 길게 만든 끈을 잡고 힘차게 돌리면 도깨비 불같은 커다란 불놀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정월대보름이 기다려지고 신나게 놀았던 추억은 이 불놀이였습니다. 그리고 보름달을 쳐다보면 소원을 빌기도 하였습니다. 이루어진 것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많지만 너무 좋았던 추억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추억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오곡밥과 나물반찬은 건강을 위해서 꼭 만들게 됩니다. 정월대보름 음식과 저의 어릴 적 경험을 적다 보니 정월대보름을 통해 가족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신 부모님의 사랑이 떠오르네요.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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